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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IS] '내가죽던날' 김혜수X이정은, 기다리고 고대한 '운명적 만남'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다. 진심과 진실 속 위로와 격려가 돋보인다. 더할나위없는 '운명적 만남'을 이뤄낸 '내가 죽던 날'이다. 11월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 '내가 죽던 날(박지완 감독)'이 8일 온라인 제작보고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로 치러졌으며, 박지완 감독과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가 참석해 영화를 처음 소개하는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다. 여고생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포착한 단편영화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상업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가 죽던 날'은 마무리 된 사건을 기점으로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특이한 구조를 자랑한다. "내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것 같다"고 운을 뗀 박지완 감독은 "기본적으로 후일담을 조항한다. '다 끝났다' 하면 대부분 '끝' 하고 생각을 멈추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어지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조금만 더 열심히, 정성스럽게 들여다 보면 보이는 것들도 있다. '끝났어' 이후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내가 죽던 날'은 충무로 대배우 김혜수의 선택만으로도 신뢰감을 높인다. 여기에 이정은이 가세해 보고싶었던 조합, 흥미로운 캐스팅을 완성했다. 캐스팅과 관련 박지완 감독은 "김혜수 선배님 같은 경우는 '해주실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거절을 당하더라도 읽어 주시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내 드렸는데 생각보다 빨리 '만나자'고 해 주셔서 놀랐다. 지금도 그 날이 잠깐 생각나 엄청 떨린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어 "이정은 선배님은 말씀을 드려놓은 상황에서 답을 기다리는데 '기생충'이 막 개봉하고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선배님을 찾았던 시기라 '혹시 밀려나는건 아닌가' 노심초사 하는 마음이 컸다. 조용히 기다렸는데 다행히 선택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밝혔다. 또 "두 분이 출연 결정을 해주셨을 땐 솔직히 마냥 얼떨떨하기만 했다. 이후 조금 더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엄청난 축하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 그때 실감이 나면서 '나만 잘하면 되는거구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영화에서 김혜수는 사라진 소녀를 추적하는 형사 현수로 분해 대체불가 존재감을 뽐내고, '기생충'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각인시킨 이정은은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무언의 목격자 순천댁 역을 맡아 또 한번 진가를 발휘한다. 김혜수는 "'진심과 진실의 만남'이라는 표현이 명확하다. 시나리오를 보고 배우들 뿐만 스태프들까지 진심으로 만났고, '이 글에서 느껴지는 진심과 진실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담아서 전달할 수 있을까' 그 마음 하나로 모였던 것이 가장 컸다. 정말 한 마음이었고, '하나하나 섬세함을 놓치지 않고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고 강조했다. '내가 죽던 날'을 '운명'이라고 표현한 김혜수는 "당시 나에게 의뢰됐던 시나리오 중에서 이상하게 '내가 죽던 날' 제목이 프린트 된 제본으로 내 시선이 줌인됐다. 퀵줌이 되면서 홀드까지 촥 됐다"며 "장르가 뭔지, 알고 읽기도 전에 '이 영화는 나의 것,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굉장히 좀 특별한 경험을 했다. 어떤 작품이건 배우와 작품이 만날 땐 결과적으로 운명같은 느낌이 있는데 '내가 죽던 날'은 제목 만으로 이끌림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캐릭터 현수에 대해서는 "절망적 순간이 많이 보여진다. 내·외적으로 피폐한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고, 다른 작품에서와는 다르게 많은 것이 걷어진 상태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며 "현장에서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위로를 직접적으로 느꼈다. 내 스스로도 위로와 치유 같은 감정을 체감했기 때문에 이런 감정들을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진실되게 전달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기생충' 홍보 시즌이라 많이들 내가 바쁠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시나리오가 별로 안 들어왔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낸 이정은은 "'내가 죽던 날'은 시나리오 자체가 재미있고 눈에 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혜수 씨가 나오는 형사물을 평소 관심있게 봤고 '함께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정은은 "무엇보다 여성 인물이 잘 써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이 작품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물의 저변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고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뭉친 것 같기도 하다"고 거들들었다. "호흡마저도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고 평하자 이정은은 손사레를 치며 "목소리를 잃은 목격자 역할인데 자꾸 말이 나올뻔해서 사실 어려움이 있었다"며 "나중에 보시겠지만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글을 쓰는 것이다. 글씨체를 만드는 것도 감독님과 논의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혜수는 "디테일의 장인이 여기 계신다"며 치켜 세웠다. '내가 죽던 날'은 기다리고 고대하던 김혜수와 이정은의 만남으로 예비 관객들의 기대치를 샘솟헤 만들고 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도 김혜수와 이정은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아낌없이 쏟아내 그 진정성을 엿보이게 했다. "나는 사실 이 작품에서 (이)정은 씨를 만난 것도 배우로서 큰 운명처럼 여겨졌다"는 김혜수는 "워낙 너무 좋은 배우이지 않나. 좋은 배우와 공연을 할 수 있다는건 배우에게는 축복이다"며 "우리가 이제는 친해지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배우로서 만난 이정은은 매 순간 경이로웠다"고 거듭 찬사를 보냈다. 이정은 역시 "워낙 큰 배우이지 않냐"며 "영화를 보면 (김혜수는) 거의 모든 장면이 압도적이다. 그걸 보는 것 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됐다. 지금 이렇게 예쁘게 꾸민 얼굴도 좋지만, 영화 속 캐릭터의 얼굴과 연기가 너무 너무 좋았다. 지금도 장면 장면이 많이 기억난다"고 리스펙 했다. 이와 함께 김혜수와 이정은은 '내가 죽던 날'이 여성 영화로 시선을 끌고 있는데 대해서도 진솔한 속내를 꺼내놨다. 여성 영화인이 중심이 된 것은 맞지만, '여성'이라는 성별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했고, 더 나아가 성별 구분없이 온전한 영화, 그리고 영화인으로 이야기 하고 싶다는 바람도 어필했다. 이정은은 "나는 내가 이끌었다기 보다는 이끄는 분 옆에서 이끌림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다"며 "전면에 나오지 않았던 여자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나온건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접근을 다르게 하고 있다. 똑같은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 됐다"고 입을 연 김혜수는 "근데 애초에 그것을 염두하고 선택한 것은 아니다. 작품 자체에 이끌려서 했다. 그리고 작품을 하는 과정에서 느꼈던건, 우리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커다란 메시지 중 하나가 '연결점이 없는 사람들간의 모종의 연대감. 거기에서 오는 위로와 용기'다. 실제 이 작품을 하면서 그걸 크게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김혜수는 "이야기 중심 축이자 핵심을 이끄는 역할이 여성인 것은 맞다. 하지만 굳이 성별을 따져가면서 보지는 않는다. 이야기 안에서 외적으로 어필됐던 여성 캐릭터들이 갇혀진 내면, 다듬어진 캐릭터로 소개되는 작품이 많아지고 있고,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참여한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며 "다만 여기 박지완 감독도 있지만, 많은 여성 감독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단단하게 내실을 기하고 제대로 준비해서 '여성 감독으로서' 소감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준비된 '영화인'으로 말할 수 있는 계기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연설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와 함께 '내가 죽던 날'은 아역배우에서 차세대 배우로 성장 중인 노정의가 사라진 소녀 세진을 연기, 여기에 김선영, 이상엽 문정희 등 다양한 개성과 매력을 지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영화를 풍성하게 빛낸다. 노정의는 "나에게는 기회였고, 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무조건 잡아야겠다. 이 작품은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김혜수 선배님이 계시고 이정은 선배님이 계시는 현장에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고 배움이 컸다"며 "아무래도 내 나이 또래 이야기로 이뤄지는 영화가 별로 없지 않나. 그 몇 가지 중에 내가 가장 이 나이대와 비슷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살리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고 신선한 소재와 의미있는 스토리, 그리고 여성 영화인들의 의기투합으로 최근 충무로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여성 영화의 방점을 찍게 될 '내가 죽던 날'은 11월 12일 관객과 만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10.08 12:17